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교수
“추석 명절은 골치 아픈 일 없이 잘 지내셨는지요?“
이것은 명절이후 여성 환자분들게 가장 많이 하는 필자의 질문중 하나이다. 대한민국의 며느리들에게 과도한 음식준비와 설겆이로 힘들어하는 것 뿐 아니라 나누는 대화 가운데 자녀의 학교와 결혼, 직장, 집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세례로 골머리를 앓는 일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렇듯 명절이나 큰 일을 치른 이후,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뒷목 뿐 아니라 온몸의 근육이 긴장이 되어 두통이 쉽게 나타나고, 어깨가 결리고 머리 목에 압박감, 조임 등을 호소할 수 있지만 다행히도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긴장성 두통 혹은 신경성 두통에 가깝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긴장성 두통과 달리 환자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치료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편두통은 어떠한 질환일까?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편두통은 모든 질환 중 세 번째로 흔하고 한국인 유병율은 보통 7% 내외로 알려져 있다. 또한 가족력의 특성이 있으며, 20-40대의 여성들한테 유병률이 높은 편이다. 문헌이나 논문 등을 살펴보면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평균적으로 1:3 정도이다( 필자가 수련의 시절 즐겨보았던 일본인 저자의 도해뇌신경외과학 책에는 1:17로 여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질환이란 기록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편두통은 치우칠 편(偏), 머리 두(頭) 아플 통(痛)의 조합으로 갑자기 발생하는 한쪽 머리의 발작성 두통을 의미한다. 편두통의 영어표현은 migraine으로 한쪽 머리의 통증이라는 그리스어 hemikranion에서 유래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인지 사람들은 편두통이 한쪽에만 나타나는 두통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이름과 달리 편두통은 양쪽머리에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통증 강도는 강하고 박동성을 보이기에 보통 '머리가 욱씬거린다' 또는 '지끈거린다'고 표현하게 된다. 또한 구역, 구토, 빛 공포증, 소리 공포증, 냄새 공포증 등을 동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리고 반복적인 발생경향으로 인해 스트레스, 활력저하, 업무 능률 저하 등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라고 표현하는 환자분이 꽤나 많이 나타난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은 편두통은 보통 전구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두통 발생 2시간에서 2일전에 피로감, 무기력, 졸림, 하품, 집중력 저하, 신경예민, 목 뻣뻣함, 소화불량, 식욕 부진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간혹 조짐 현상(전조 증상)으로 두통 발생 바로 전 눈에 이상한것이 보이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시각조짐, 이상한 냄새가 나거나 다른 감각, 언어, 운동 조짐 등 국소신경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편두통의 발병 기전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보통 혈관성 이론(혈관의 수축과 확장, 염증)과 신경성 이론(삼차신경과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신경 영상 기법들에 힘입어 편두통이 뇌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설명하는 의견들도 다수 존재하고 있다.
종합하자면 ”민감한 혈관, 민감한 신경, 민감한 뇌의 종합세트?“
스트레스 및 긴장, 수면 과다 및 부족, 여성의 생리 및 호르몬 변화, 특정 계절과 날씨, 환경의 변화, 특히 술, 카페인, 차가운 음료, 과도한 MSG 등이 편두통 유발 및 악화 요인들로 밝혀졌기에 편두통이 있는 독자들은 이를 숙지하고 회피하여 편두통을 예방해보자.
마지막으로 선조들의 두통 치료에 대한 지혜도 배워보자.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 외형편(外形編)에는 두통에 대해 다양한 기록들을 볼 수 있다. 특히 편두통(偏頭痛)과 두풍증(頭風證)에 대한 내용을 보면, 두통은 대개 몸에 음식과 술로 인해 쌓인 노폐물 즉 담(痰)과 스트레스와 긴장에 해당되는 화(火)로 인한 것이니 천궁다조산(川芎茶調散)을 기본으로 두통이 심한 위치에 따라 천궁(川芎), 강활(羌活), 백지(白芷), 시호(柴胡), 창출(蒼朮), 세신(細辛), 오수유(吳茱萸) 등을 가미하여 치료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선조들의 섬세함, 이것이 환자치료에 대한 나의 섬세함이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