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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건강칼럼] 빙빙빙, 돌고 도는 세상

등록2024-05-27 조회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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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교수

‘오징어게임’이라는 OTT프로그램이후 어려서 즐겨했던 게임을 재현하는 내용이 많이 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코끼리코를 하고 열바퀴를 도세요. 그다음 앞에 있는 깃발을 잡으세요. 먼저 잡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그때의 느낌을 기억하는가?

세상이 빙빙 도는 느낌이다. 나는 가만히 있으려 서 있는 것 같은데 넘어지기도 하고 주변이 나를 피해 회전하는 느낌이 들게 된다. 아니 나도 돌고, 세상도 도는 느낌이다.

이런 재미와 스릴감때문에 청소년들이 회전하는 놀이기구를 즐겨 타는 것인가?

그런데 이 스릴은 그때로 족하다. 이 스릴은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매년 100만명 가량의 환자들이 어지럼증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고한다. 또한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필자의 진료실에 두통과 더불어 일명 어지럼 혹은 현기증을 앓고 있는 환자분들이 많이 내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지럼증(현기증 : 眩氣症 : DIZZINESS)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어지럼증이란 자신이나 주위 사물이 정지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 모든 증상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핑 돈다’, ‘천정이 빙빙 돈다’, ‘어질어질하다’, ‘술 취한 것 같다’, ‘중심이 안 잡힌다’, ‘쑤셔박힐 것 같다’ 등등이다.

현훈이라는 표현도 자주 쓰는데 이는 현기증과 같은 증상인가?

현훈(眩暈 : VERTIGO)은 어지럼을 뜻하는 현(眩)과 훈(暈), 두 개를 중복해 놓은 단어다. 강조의 의미, 즉 회전성 어지럼증을 뜻한다.

메스컴과 인터넷을 통해 이미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이비인후과를 들러서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명 이석증이네 달팽이관의 문제네, 메니에르병이네 하면서 말이다.

어지럼을 유발하는 신체적인 문제는 주로 평형기관 질환(전정신경염, 이석증, 메니에르병, 만성중이염 등 : 일명 말초성)과 뇌질환(뇌경색, 뇌출혈 등 : 일명 중추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반이상은 맞는 말이다.

어지럼증에 대한 증상표현이 다양하듯이 원인질환도 다양하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심장 질환, 정신과적 문제, 노화, 심리적 긴장 등으로도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뇌질환의 경우에는 갑자기 생명을 달리하는 위급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전 내원했던 환자를 기억해본다.

그분은 어둔과 반신마비로 입원하였고 MRI결과는 뇌경색이었다. 사진상 소뇌부분에 뇌경색 흔적이 다소 큰 크기로 보였기에 환자분은 뇌경색 재발로 판정되었다. 그런데 문진을 해보니 환자분은 뇌경색을 앓은 적이 없단다. 단, 이전에 어지럼증으로 한참동안을 이비인후과에 다녔다고 한다. 그 당시 MRI를 해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50대 남성분은 부친상을 당하고 장례 절차를 마치자마자 구역감과 함께 심한 회전성 어지럼증으로 쓰러졌다. 고개를 어느 한쪽으로 돌리면 심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발생하였다. 양성돌발성현훈이었다. 일명 이석증이라 칭한다. 메니에르증과 함께 환자가 경험하는 어지럼 중에는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정도란다. 부친이 위독하여 며칠동안 잠을 설치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음이 주 원인이었다.

또 다른 환자는 아침 기상 후 걸으려고 하면 수초에서 수분동안 어지럼이 발생하여 내원하였다. 누웠을 때와 기상후 1,2분 경과시 혈압을 측정하여 비교해 보니 수축기혈압이 20㎜Hg 정도 낮아지고 이완기혈압도 10㎜Hg정도 낮게 나타났다. 기립성 현기증이었다.

이외에도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노화로 인한 어지럼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속상하게도 신체 기관들의 노후화로 인한 기능불량이 원인이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어지럼증에 대해 계절적인 상황, 환자의 체력적인 상황, 정신적인 상황에 따라 풍훈(風暈), 열훈(熱暈), 습훈(濕暈), 담훈(痰暈), 기훈(氣暈), 허훈(虛暈) 등 총 6개로 나누어 증상과 처방에 대한 치료계획을 세워놓았다. 그 당시에도 언제, 어떻게, 어떤상황에서 어지러운가를 살펴보아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어지럼증 치료의 최우선 과제였음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오늘도 환자와의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