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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건강칼럼] 아무 이상이 없는데요?

등록2024-06-23 조회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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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교수

“6월 역대급 폭염, 찜통 더위에 일본 뇌염모기까지“

뉴스에서 6월 중순 기온으로는 기상관측 이래 최고 높은 수치를 기록한 지난 한주였다고 발표를 하였다. 그나마 어제, 그제 비가 내려 잠시 더위를 식혀주고 있지만 올 한해 무더위가 얼마나 심하게 우리 일상을 괴롭힐지 ‘지난주가 예고편이다’ 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날씨와 기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환자, 보호자분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경험한다.

“선생님, 나는 이곳저곳 불편한데 병원 검사에는 이상이 없데요.”

혹시 독자들도 병원에 내원하여 이런 표현을 써본 적이 있다면 그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실제 그런 현상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오늘 설명하고자 하는 질병도 ‘있는데 없고, 없는데 있는’ 이상한 질병이다. 환자에겐 정말로 답답하기 그지없는 질병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부도 2차 한약의료보험 시범사업에 해당되는 6개 질환(뇌혈관질환 후유증, 구안와사라 부르는 안면신경마비, 생리통, 알러지성비염, 요추간판탈출증, 기능성소화불량)에 이것을 포함하지 않았나 싶다.

주인공은 바로 기능성소화불량이다.

이 질환은 기능성위장장애, 기능성위염, 신경성소화불량, 신경성위장장애, 신경성위염 등 별칭이 상당히 많은 질병이다. 식후곤란 증후군과 상복부 통증증후군이라 알려진 질병도 여기에 속한다(ROME 3 진단기준).

기능성소화불량은 사전적으로 특별한 원인질환 없이 위나 장에 불편함 및 통증이 상당기간 나타나는 만성질환을 의미한다. 즉 특별한 원인질환 없이 소화불량, 속쓰림, 더부룩함, 트름, 부글거림, 복부통증, 명치의 뻐근함 등 여러 가지 위장관 증상으로 3개월 이상 고생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10%이상이 이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많은 환자가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특별한 원인질환이 없다’는 구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화불량 등으로 오래 고생하다 보면 위내시경이나 위장관조영술, 대장내시경을 실시하게 되고 일반적으로 ‘위염이 있다, 위가 부었다, 위가 헐었다, 위궤양이 있다.’ 등 이런저런 병명을 진단받게 되는데, 이 질환은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발견해 낼 수 있는 검사 방법이 딱히 없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분명 있을텐데 없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능성소화불량 치료법은 병원마다, 의사 선생님마다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소화제라 통칭하는 약물을 기본으로 하고 음식조절이나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을 권유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위장운동촉진제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사람마다 효과가 다를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해야한다.

어찌보면 규칙적인 식생활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최고의 치료법이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병원에서 해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닐까?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기능성소화불량에 해당되는 내용들이 식적(食積), 담적(痰積), 조잡(嘈雜), 위완통(胃脘痛), 복통(腹痛), 비증(痞證)과 결흉(結胸) 등에 산재되어 기록되어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방에서는 기능성소화불량을 음식적체형(飮食積滯型), 담음내저형(痰飮內阻型), 간울기체형(肝鬱氣滯型), 비위허약형(脾胃虛弱型) 등으로 구분하여 치료함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얼마전 병원까지 승용차로 1시간 30분 거리의 지역에서 찾아온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할까한다.

평소 스트레스가 많으며 특별한 이유없이 수년째 소화불량과 속쓰림, 더부룩함으로 고생을 하고 이곳저곳 치료를 하다가 본원에 내원하게 되었다. 한약시범사업에 해당되는 질환임을 설명하고 보심건비탕(補心健脾湯)에 위를 다스리는 유근피(柳根皮), 패모(貝母), 기를 소통하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향부자(香附子), 박하(薄荷) 등을 가미해서 처방을 하였다.

두 번의 약물 처방으로 증상은 상당히 회복이 되었고 지금은 다른 가족들과 함께 내원하며 ‘선생님은 우리 가족의 주치의입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필자가 부끄러울 뿐이다.

그분께 덧붙인 한마디를 독자분들께도 들려주고 싶다.

”위에는 또 하나의 뇌가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마음과 위를 상하게 하니 잘 풀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