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교수
대한민국에 현재 진행 중인 2024년 장마를 한 마리로 표현해 보자면 이렇지 않을까 싶다.
‘길지만 오락가락한 더 심해진 장마, 폭우와 함께한 장마, 수많은 피해를 남긴 장마.’
매년 반복되는 수해로 인한 인명피해와 재산상의 피해들, 그로 인한 수많은 상처, 아픔들을 바라보며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와 회복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지난 한 주 동안 필자는 월드휴먼브리지라는 NGO단체에 소속되어 베트남으로 해외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무더위에 진행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봉사이지만 필자는 매년 여름이 기다려지고 이 시간을 학수고대한다.
이번에 진행된 베트남 의료봉사는 시작도 하기 전에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담당기관에서이미 한두달전에 확답을 받았던 장소에서의 진료 불가를 갑자기 통보했다. 그것도 우리 봉사팀이 도착하는 당일에 말이다.
대한민국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기부를 통해서 가져오거나 구매한 약들이며, 휴가를 내서 찾아온 많은 의료인과 도우미들을 모습 속에는 이미 의료봉사 일정을 어찌해야 하나 하는 불안함이 한가득했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 교민의 표현을 빌려보자.
“베트남은 다 된다고 했다가도 오늘 안되고, 안 된다고 했다가도 바로 되는 나라입니다.”
다행히 진료가 진행되는 전날,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70km가량 떨어진 어느 지역의 장애인재활센터와 연락이 닿았고 의료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보통 현장에 선풍기가 있다면 다행이고, 화장실은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를 환경이 열악한 곳을 예상했던 우리 팀에게는 예상 밖으로 진료 현장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장애인 재활센터에 걸맞게 의과, 한방, 치과 등 진료에 합당한 공간을 가진 곳, 에어컨에 쾌적한 곳, 화장실도 현대식, 단체가 식사가능한 식당 등 지금까지 다녀본 많은 봉사지역 가운데 가장 한국스러운 공간이기에 우리 팀원 모두 감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재활센터는 국가기관으로, 100 여명 이상의 환자가 입주해 있는 곳이었다. 특히 소아마비라 일컫는 장애를 가진 어린아이들과 농아들, 그리고 성인 뇌졸중 환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었다. 안타깝게도 치과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현재는 부재중이며, 이로인해 빈 진료실 안에 고장난 치과 장비와 집기류가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 봉사팀에 치과 의사 2인과 치과위생사 2인이 함께 하고 있었으니 보지 않아도 치과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렸을지 상상이 갈 것이다. 특히 치과 치료에 여러 가지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었지만 상주하는 직원들과 보호자들이 치과 치료에 너무나 열심을 보여 생각보다 큰 탈 없이 잘 진행할 수 있었다.
그곳 직원과 잠깐 통역을 통해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된 사실은 이곳 센터에 상주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장애 아이들은 무료, 뇌졸중 등 성인 장애인은 월 50만원정도가 든다고 한다. 베트남의 일반 직장인들 월급은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50만원에서 70만원정도로 알려져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꽤 많은 비용이 든다. 단, 아이들은 무료라고 한다. 함께 얘기를 나누는 직원의 얼굴에서 자부심이 가득함을 느낄 수 있었다.
화제를 바꿔볼까한다.
최근 필자의 병원 진료실에서 들을 수 있는 말이 하나 있다.
“정부에서 이런 것을 해주셨어요?”
“이번에는 나랏님이 일을 잘하셨네요.”
심지어 눈물을 흘리는 환자들도 보인다.
바로 한약의료보험 시범사업 얘기다.
지난 4월 정부는 치료효과가 높다고 인정하는 6가지 질환(뇌혈관질환후유증, 안면신경마비, 기능성소화불량, 알러지성비염, 생리통, 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에 대하여 한약 2제까지 보험을 적용한다고 발표하고 현재 시행 중이다.
한마디로 반응이 뜨겁다. 그동안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고가의 한약을 복용해야 했던 환자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임이 분명하다. 좋은 정책임이 확실하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이 단연코 세계 제일이라 자부하며, 한가지 작은 소원을 갖게 된다.
‘국가가 환자들의 마음을 더 헤아려 주기 위해 지금보다 더 확대된 한의약 정책을 선보일 수 있기를, 그것으로 인해 한의약을 사랑하는 환자들의 환호와 더 뜨거운 호응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