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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건강칼럼] 피로, 너는 누구니?

등록2024-08-25 조회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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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교수

가을이 시작되면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많은 속담들이 있다.

“입추는 배신해도 처서는 배신하지 않는다.”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

이미 입추도 지나고 처서가 지났음에도 대한민국은 무더위와 열대야에 신음하고 있다. 태풍이 지나갔지만 그 기세는 꺽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거기에 한국의 경기는 바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일까? 최근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환자분들이 실제로 많아졌다.

“선생님, 요즘 왜 이렇게 피곤하죠? 간 검사 해봐야 되는 것 아니예요?”

‘도대체 피로감은 왜 생기는 걸까? 피로도 질병일까? 정말 간의 문제일까?’ 등등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피로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연속 및 반복되는 정신적 ·육체적 작업에 수반해서 발생하는 심신기능(心身機能)의 저하상태를 의미한다. 약간 모호한 표현인가?

임상적으로도 어떤 특정한 일이나 활동을 시작할 수 없을 만큼의 기운없음, 일을 계속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의 지침, 때로는 어떤 일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의 불편감 등을 피로라고 표현하면 적절한 말일 것이다.

과로나 다른 원인질환이 없다는 전제하에 1개월 이상 피로가 지속될 때 지속성피로라 하고, 혹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만성피로라고 구분하며, 휴식으로도 회복되지 않으면서 환자를 쇠약하게 만드는 피로의 경우 만성피로증후군이라고 용어를 사용한다.

현대인 중에 피로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피로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과로를 했다거나 무리를 했을 경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을 경우, 특히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가 쌓여 있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료실을 찾는 분들의 대다수가 여기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그래서그런지 환자의 요청대로 간기능 검사를 진행해보면 정상수치로 나오는 경우가 십중팔구이다.

단, 평소 운동이나 활동부족, 식이문제로 인해 비만이 있거나 지방간, 고지혈증이 있는 환자분들에게는 일반적으로 간수치가 다소 올라가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한다.

특히 간뿐 아니라 순환기질환, 소화기질환, 호흡기질환, 비뇨생식기질환, 정신질환, 당뇨, 갑상선기능저하 등 내분비질환, 감염질환, 약물부작용, 기타 암이나 이외의 다른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는 당연히 피로감이 동반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한다. 그래서 더욱 당황스럽다. 피로를 주 증상으로 찾아오는 환자의 경우 진료실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진행하고 설문지를 작성해봐서 그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한 모습이 아닐까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로감이 발생할 때 사람들은 왜 간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일까?

몇가지 추론을 해보자면,

첫째, 방송의 힘이다.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육체피로 간피로에 우루0“

”간피로, 먹은 날과 안먹은 날의 차이가 큽니다. 아로00 골드“

둘째, 이전부터 내려오는 한의학의 힘 때문이다.

5천년전에 기록된 한의학의 경전이라 일컫는 황제내경(黃帝內經) 소문(素問)의 육절장상론(六節藏象論) 제 9편과 자법론편(刺法論篇) 제72편을 살펴보자.

“간은 피로를 주간하는 근본장기이며, 혼이 거하는 곳이기도 하다. 손톱을 통해 윤택함을 알 수 있고, 간기운의 충만함은 근육을 통해 알 수 있다. 간은 기와 혈을 생성하고, 간이 주관하는 맛은 산미이다. (肝者, 罷極之本, 魂之居也 其華在爪, 其充在筋, 以生血氣, 其味酸)”

“간은 장군의 역할을 하여 군주인 심장의 보좌역할을 감당하는데, 생각과 판단, 즉 많은 아이디어가 여기에서 발생하게 된다.(肝者, 將軍之官, 謀慮出焉)“

대부분의 독자들은 알고 있듯이,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의 하나이면서, 음식이나 약물이 몸에 들어오면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처리하는 섬세한 화학공장이라고 할 만큼 많은 일을 하는 고마운 장기이다.

하지만 피로는 여러 가지 상황이나 질병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모호한 증상이기에 모든 비난의 화살을 열심히 일하고 있는 간(肝, liver)에 돌리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