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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건강칼럼] 보약의 계절이로구나

등록2024-10-27 조회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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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교수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여름철의 기나긴 무더위가 지나가고, 아침 저녁으로 꽤나 쌀쌀함이 느껴지는 가을이 되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오,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또한 단풍의 계절이다. 지난 10월 20일이 설악산 단풍의 절정이었고, 10월 30일이면 속리산 단풍이 절정이라고 하니 독자분들도 아름다운 산들이 뿜어내는 울긋불긋 단풍의 향연을 꼭 누려보시길 기원한다.

이미 대한민국의 날씨가, 아름다운 산야가, 푸르른 하늘이 가을임을 증명하고 있듯이 진료실에도 가을이 왔음을 경험하게 된다. 갑작스레 1, 2주 사이에 감기나 폐렴,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이 늘고, 대상포진이나 기타 환절기 알러지 현상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부쩍 늘어났다. 벌써부터 한기가 든다는 40대 젊은 여성분은 치료실 침대 온도를 높여달라한다. 십수년전 1월초 집앞에 눈을 치우는 중에 갑자기 뇌졸중이 발생했던 70대 어르신은 내복을 입은지가 한참이란다. 잠잘 때 양말을 꼭 신고, 전기장판을 틀어야만 생활할 수 있다고 하소연하는 여성분도 계신다.

그렇다. 그들은 나름 겨울철 동장군을 대비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5000년 전에 기록된 한의학의 최고 경전인 황제내경영추(黃帝內經靈樞) 제2편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에 보면 ”성인불치이병치미병, 불치이란치미란(聖人不治已病治未病,不治已乱治未乱)“이라는 표현이 기록되어 있다. 좋은 의사란 병이 되기 전에 예방하며, 몸에 이상이 발생하기 전에 치료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사람의 타고난 장부의 허실(虛實 : 약하고 튼튼함)과 체질, 성품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기후변화에 미리미리 대처함으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질병의 예방이 치료이상으로 중요함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의학의 특성은 한마디로 예방의학과 보양의학에 강점이 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이 한의학이 얘기하는 ”허즉보 실즉사(虛則補 實則瀉)“의 개념이고 무엇이 부족할 때 채우면 되는 이치와 동일하다.

한의학의 출발이 바로 기혈음양(氣血陰陽)의 개념에서부터 시작되기에 보약은 크게 보기약, 보혈약, 보양약, 보음약으로 4분할 수 있다.

첫째, 보기약이다. 기가 허한 경우(氣虛), 기운이 없고 온몸이 나른하며, 피곤하여 목소리에 힘이 없고 땀이 자주 나며, 손발이 차고 입맛이 없거나 뱃속이 더부룩한 증상이 발생한다. 이때는 인삼, 황기, 삽주뿌리라고 하는 백출 등이 유용하고, 사군자탕과 보중익기탕이 대표적이다.

둘째, 보혈약이다. 혈이 부족한 경우(血虛), 안색이 창백하고,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아찔하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때때로 이명이나 불면증이 발생한다. 이때는 숙지황, 당귀, 함박꽃 뿌리인 작약 등이 유용하며, 사물탕이 대표적이다.

보통 기와 혈이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기에 기와 혈을 동시에 보충해주는 녹용을 사용하거나, 사군자탕과 사물탕을 합하여 팔물탕, 혹은 황기와 육계를 더하여 십전대보탕을 처방하는데 이 처방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을 듯하다.

셋째, 보양약이다. 양기가 부족한 경우(陽虛), 기가 빠져나간 듯 기운이 전혀 없고 목소리에 힘이 전혀 없어 모기 기어다니는 느낌으로 말하며, 평소 추위에 약하고 허리와 무릎, 손발이 시리며, 평소 소변이 잦고 묽은 대변을 보는 경향이 있게 된다. 이때는 부자, 음양곽, 산수유, 실세삼이라고 하는 토사자, 보골지, 육종용 등의 약물을 사용하고 이중탕, 팔미지황탕이 대표적이다.

넷째, 보음약이다. 음혈이 허한 경우(陰虛), 혈허 증상 외에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얼굴이 붉어지며, 가슴이 답답해서 잠을 이룰 수 없고, 실제 열은 없는데 열이 올랐다 내렸다하는 느낌이 자주 오며, 수면시 식은땀을 흘리거나, 피부 건조증 등이 발생한다. 이때는 보통 숙지황, 산수유, 맥문동, 천문동, 둥굴레하고 하는 황정, 구판, 지모 등이 유용하고, 육미지황탕, 대보음전 등이 대표적이다.

추가로, 황제의 보약이라 불리는 공진단은 무엇인가?

공진단은 사향, 녹용, 산수유, 당귀가 기본재료이며, 한의사마다 인삼이나 숙지황 등을 가미하거나 고가의 사향 대신 침향이나 목향을 사용하기도 한다. 식약처에서 인정하는 공진단의 적응증은 만성피로, 두통, 만성병에 의한 체력저하, 무력감, 월경이상, 간기능저하로 인한 어지럼, 선천성 허약체질이다. 이 약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독자분들은 겨울철 건강관리를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지금이 바로 보약을 준비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