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교수
필자는 자연을 사랑한다. 산과 바다를 좋아한다. 시골의 정취를 그리워한다.
‘전원일기’와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랐던 시대여서 그런지, 아니면 시골에서 태어난 촌놈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시골의 정겨운 모습은 언제나 그리움이요 즐거움이다.
지난달 25일 대한민국 연예계에 커다란 비보가 발표되었다. 전원일기의 일용엄니 역으로 출현했던 배우 김수미 씨가 향년 75세로 별세했다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한시절을 풍미했던 배우였고, 맛깔스런 욕쟁이 할머니 역할로, 코믹연기의 대가로 인정 받았으며, 최근에는 요리로 동료들에게 정을 나누어 주었던 분이었기에 그녀를 보내는 아쉬움과 슬픔이 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망원인은 과로로 인한 고혈당 쇼크였다. 의료인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의 입장에서는 원인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고혈당 쇼크’, 한마디로 혈액속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해(즉, 당뇨가 심해져) 신체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었다는 것이다.
당뇨는 고혈압,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과 더불어 3대 성인병의 하나이다. 전세계 8억명의 환자가 있고 <2022년 당뇨병 팩트시트> 보고에 따르면 국내에 30세 이상 성인의 15.5%가 앓고 있으며, 530만명의 환자가 있고 전단계의 환자를 포함하면 1,000만명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어마어마하다. 고혈압 환자 숫자와 어깨를 견줄만하다.
당뇨병은 의학적으로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는 대사질환의 일종으로, 혈중 포도당의 농도가 높아지는 고혈당을 특징으로 하며, 고혈당으로 인하여 여러 증상 및 징후를 일으키고 소변에서 포도당을 배출하게 된다.
당뇨를 한자로 풀어보면 설탕 당(糖), 소변 뇨(尿)로, 소변으로 설탕성분이 빠져나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과거에는 당 체크를 위해 소변 스틱을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혈액으로 확인하기에 혈당(血糖)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당성분이 많으면 고혈당, 너무 적으면 저혈당이라 부르게 된다. 한마디로 당뇨병은 혈액속에 설탕성분이 많이 녹아 있는 설탕피 또는 꿀피라고 생각하면 딱 맞는 표현일 듯 싶다.
당뇨병 진단은 정말 간단하다. 병원에 내원하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손가락 끝에서 간이 측정기를 이용하면 수초내에 확인 가능하다. 보통 8시간 이상 금식 후에 측정한 혈당이 126 mg/dL 이상이거나, 75g 포도당을 섭취하고 2시간 후 혈당이 200 mg/dL 이상인 경우를 당뇨병이라 확진한다. 이전에는 공복 120 mg/dL 이하일 때를, 지금은 100 mg/dL이하를 정상범위라고 한다. 많은 환자분들이 정상 기준이 왜 이리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냐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임상시험에서 정상범위의 혈당의 정도가 낮을수록 합병증 발생이 적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임을 양해해주길 바란다.
최근에는 당화혈색소 측정이 필수인데, 짧게는 1개월에서 3개월간 혈당조절이 잘 되었는지를 평가하는 검사로, 보통 6.5% 이상인 경우 당뇨라고 진단한다. 진단기준에 속하지 않지만 진료현장에서 식후 2시간 경과한 상태에서 혈당이 가장 높이 오르기에 이때 혈당이 140 mg/dL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도 기억하기 바란다.
당뇨병의 증상은 약한 고혈당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들이 증상을 느끼지 못하거나 모호해서 당뇨병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혈당이 많이 올라가면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소변량이 늘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다갈(多曷), 다음(多飮), 다뇨(多尿) 이 세가지를 당뇨병의 3다증상이라 표현한다. 만약 오랜 기간 고혈당 상태가 유지되면 신체에서 여러 합병증이 동반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사지말단의 저림, 통증(신경병증)이 발생하고, 신기능 장애로 인해 부종 등이 발생하며 심할 경우 신기능 저하로 심부전이 발생하여 투석이 필요하기도 한다. 또한 망막병증으로 실명의 위험이 발생하며 무엇보다 당뇨가 미세혈관의 혈관협착을 촉진하여 혈류저하로 뇌경색, 심근경색 등의 심뇌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한의학의 오래된 경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도 태우다, 없애다의 뜻을 가진 소(消)라는 표현으로, 동의보감에서는 소갈(消渴-상소, 중소, 하소), 소단(消癉) 등의 기록으로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것을 보면 그때도 당뇨병은 중요한 질병이었음이 틀림이 없다.
얼마전 내원한 50대 남자분은 최근 2개월 사이에 손끝 발끝 저리고 간헐적으로 통증이 있다고 증상을 호소하였다. 검사결과 혈당이 500 이상 체크되었다.
“당뇨병입니다.”
필자의 진단에 그분은 그동안 당뇨가 없었다고 하면서 기계가 고장난 것 아니냐며 노발대발 소리를 질렀다. 질환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또 다른 50대 남자분은 2-3개월 내에 모든 음식이 쓰게 느껴져 입맛도 없고,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없으며, 야간에 소변을 자주 보게되어 전립선 약을 처방받았다고 하였다. 체중이 17kg이나 빠졌다고 호소하였다. 그동안 두군데의 병원에서 검사를 진행하여 별다른 이상소견 없었기에 보약을 지어달라는 것이었다. 고민스러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혈당을 체크하니 혈당이 600에 가깝게 체크되고, 앞서 설명한 당화혈색소도 17.5%로 심각한 고혈당이었다. 믿기지 않은 정도의 수치에 병원의 다른 의료진과 의학과 교수님도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3주간의 입원치료를 진행하였고 인슐린 투여와 동의보감 처방인 백호가인삼탕(白虎加人蔘湯) 활용으로 증상도 회복되고 체중도 4kg 증가하여 퇴원하게 되었다.
“당신의 혈액에는 설탕 성분, 혹은 꿀 성분이 얼마나 많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