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교수
얼마 전 대만의 유명 여배우이자 한국의 가수 구준엽 씨의 아내였던 서희원 씨의 사망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었다. 사망원인은 독감에서 진행된 폐렴이었던 것에 더 충격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독감백신을 맞고자 하는 고령층으로 병의원이 문전성시를 이뤘다는 해프닝도 있었다.
“콜록콜록, 기침, 가래, 인후통, 발열, 전신통증이 있어요. 감기인가요? 독한 것 보니 독감인가요? 폐렴은 아니예요?”
헷갈리지만, 셋은 명확히 다른 질환이다.
감기(common cold)는 다양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계절과는 상관없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기침, 가래, 콧물, 코막힘에 판0에이”라는 의약품 광고문구를 떠올려보자. 그것이 감기다.
맑은 콧물과 코막힘, 맑은 가래에서 시작해서 점점점 진한 콧물, 누런콧물, 진한 가래 등으로 변하고 인후통, 미열, 두통, 근육통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개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치유된다.
옛말에 “치료하면 14일, 치료하지 않으면 보름”이라고 한 것을 보면 시간이 약인 것이다.
반면, 독감(influenza)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감염되는 늦가을에서 봄 사이 유행하는 질환이다. 고열, 인후통, 전신통 등 전신증상을 동반하며 변화가 급진적이다.
독감은 독한 감기의 줄임말이 아니다. 독감 예방접종을 한다고 감기가 예방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독감은 또한 폐렴이나 심근염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기에 더욱더 주의해야 한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 2,5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핵폭탄급 질병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폐렴은 미생물에 의한 폐의 감염이다. 일반적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주범이고, 곰팡이에 의한 경우도 있다. 특히 뇌졸중 등 오랜 침상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의 경우는 음식물이나 구토물에 의한 흡인성 폐렴이 오기도 한다. 폐에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호흡곤란이 발생하여 산소공급을 하거나, 기침, 고열, 다량의 가래 등으로 인해 신속한 가래배출이 요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코로나 이후 폐렴이 대한민국 사망률 3위의 위엄(?)을 자랑하는 질환이 되었음을 우리 모두는 주목해야한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증상에 따른 내과적 치료약물로 쉽게 회복되고, 독감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하며, 폐렴은 항생제가 필수적이다.
언론에서 자주 소개하는 감기와 독감 예방 수칙을 기억하자.
첫째, 자주, 올바르게, 개끗하게 손을 씻자.
바등깍가엄톱. 손바닥, 손등, 손깍지, 손가락, 엄지손가락, 손톱 순이다.
둘째, 면역력을 높이자.
양방이나 한방이나 모두 소리높여 외치는 소리이다. 면역력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운동과 건강한 음식은 기본이다.
셋째,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가급적 피하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마스크는 필참하자. 식당, 마트, 은행, 찜질방, 유치원, 학교 등 조심하지 않을 곳은 한군데도 없다.
넷째, 고위험군은 독감 예방 접종을 하자.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필수적으로 접종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앓고 있거나 뇌졸중, 암, 호흡기 질환 등 면역력이 떨어진 분이라면 더더욱 필수사항이다.
다섯째, 휴식이다.
피로하면, 과로하면, 무리하면 안된다. 쉼은 건강을 회복하는 일등요인이다. 그래서 의료인들은 잠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해도 잠을 통해 건강 회로가 몸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감기, 독감, 폐렴은 어떻게 치료할까?
원리는 간단하다.
우선은 不治已病治未病(불치이병치미병)을 강조한다. (황제내경 영추(黃帝內經 靈樞) 제2편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편 참조)
이미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백신과 같은 의미로 보면 좋을 것 같다.
그 다음은 환자가 어떤 증상에 집중된 상태인지에 따라 변증(辨證 ; 분류작업)을 하게 되는데, 폐열(肺熱), 담음(痰飮), 기허(氣虛), 음허(陰虛)로 구분하고 각각 황금(黃芩), 석고(石膏)로 폐열을, 반하(半夏), 진피(陳皮), 패모(貝母), 길경(桔梗, 도라지)으로 담음을, 인삼(人蔘), 황기(黃芪)로 기허를, 맥문동(麥門冬), 생지황(生地黃)으로 음허에 활용하고 있다.
“바람은 바람은 심술꾸러기”
차가운 바람으로 체감온도가 급격히 떨어진 요즘이다.
“감기 조심, 독감 조심, 폐렴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