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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건강칼럼] 깜빡깜빡하는데, 이거 그 무서운 치매 아니야?

등록2025-03-24 조회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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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교수

겨울을 보내고 봄을 준비하느라 그동안 입었던 옷들과 이불들을 정리하다가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참을 수다를 떨다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런데 갑자기 싸한 느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도둑이 들어온 것이다. 집이 난장판이다.
두려움이 앞섰다.
“혹시 나를 해하면 어쩌지?”
112에 전화를 하려는데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한참 식은땀을 흘리며 공포에 휩싸여 있던 그 때 본인이 정리하면서 내놓았던 모피코트가 눈에 들어왔다.
“어? 내가 조금 전에 겨울 옷가지 정리를 하고 있지 않았나?‘
그제야 본인이 집을 정리 중이라는 것을 기억했다.
착각이었다. 도둑이 든 것이 아니었다.
다음날 출근을 해서 동료에게 이런 해프닝을 얘기했더니 그분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박 선생님. 병원에는 다녀오셨어요? MRI는 해봤죠? 치매는 아니래요?“
알고보니 그분도 동일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었다.

누구?
병원에 내원한 60대 초반, 여자 환자 이야기다.

이와 같이 깜박깜박하거나 방금 먹은 음식이 기억이 안나고,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에 병원을 찾는 분들이 꽤나 많다.
”교수님, 혹시 저 치매 아닌가요?“
”MRI 찍어보면 치매를 진단할 수 있죠?“

치매(癡呆 : 어리석을 치, 어리석을 매 : Dementia)는 단순히 기억력의 저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이나 판단, 언어, 감정, 행동 등 여러 가지 영역에서 인지 기능이 감소하여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상 증후군을 의미한다.

치매의 증상을 자세히 알아보자.
첫째, 가장 주된 증상으로 기억력 저하 혹은 기억 장애이다.
깜박깜박하는 건망증과 헷갈릴 만도 하다. 하지만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금방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아하, 내가 깜빡했네“
이와 같은 표현을 쓰고 있다면 결코 치매가 아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는 엊그제 다녀간 것을 전혀 기억 못하는 환자가 있다. 약을 받았는데 어디서 받은 것인지를 모른다. 본인이 밥을 먹고 왔는지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 다른 환자분은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본인 아들은 열네살인데 왜 군인이냐며 흥분한다. 뇌졸중이 동반된 혈관성치매환자였다. 그것을 본 아들의 눈가엔 눈물이 한가득이다.
예로, 만약 리모컨을 찾다가 냉장고에서 발견했다면? 그럴 수 있다. 괜찮다.
그 리모컨을 보고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잘 모른다면? 이런 경우가 문제가 된다.
여기에 기억장애의 하나로, 명칭실어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명칭실어란 물건의 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측두엽의 뇌손상이나 일반 노화의 척도를 가늠하는 증상이기도 하기에 감별이 꼭 필요하다.
앞에 설명한 리모컨을 보고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뿐더러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알지 못한다면 반드시 치매검사를 받아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지남력 상실이다.
’지남력‘은 시간, 공간, 환경 따위를 파악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치매 환자는 아침인지 저녁인지, 여름인지 겨울인지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집앞에서 집을 못찾아 길을 잃거나 자주 가던 동네 마트, 식당, 집안의 화장실 등을 못 찾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
”80세의 0 00님을 찾습니다.“
핸드폰 속 긴급문자는 고령의 치매환자일 경우가 많다.

셋째, 성격이나 감정의 변화이다.
의욕적인 사람이 무관심해지거나 조용한 경우, 점잖은 분이 갑자기 말을 많이하거나 욕을 자주 하는 경우, 갑자기 화를 내거나 갑자기 우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우울증 증세와 비슷해서 처음에는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내가 알고 있는 엄마(혹은 아빠)가 아닌 것 같아요.”
만약 이와 같은 표현을 자주 쓰고 있다면 한 번쯤 치매를 의심해 봐야한다.

넷째, 이상행동, 계산능력장애, 수면장애 등이다.
대소변 처리시 좋고 나쁨이나 깨끗함, 더러움 등을 구분하지 못하여 사방에 대변이나 소변을 뿌리거나 만지는 행동, 무엇인지 만지는 듯한 헛손짓을 하거나 허공에 혼잣말을 하는 경우, 평소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보이게 된다. 숫자 계산을 잘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자주 나타나는 증상의 하나이다. 때로는 수면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기면이나 불면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된다.

노인이 되어 가장 걸리기 싫은 질병이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결과를 본 기억이 있다.
뇌졸중, 암, 치매였다.
치매로 고생하는 환자와 보호자를 보며 필자의 안타까움을 이 말에 담아본다.
“치매 OU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