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지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한방부인과 교수
"월경이 끊어진 지는 1년 정도 됐어요. 몇 주 전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데, 반대로 배랑 발은 너무 차요. 원래 더위를 타지 않는 체질이었는데, 요즘엔 몸이 너무 덥고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납니다."
갱년기란 폐경 전과 폐경기 그리고 폐경기 이후의 일정 기간을 포함하여 이르는 것으로, 생식능력이 점차 끝나가는 시기다. 우리나라 여성의 폐경 나이는 평균적으로 50세이며, 2011년 기준으로 국내 50세 이상 폐경 연령 인구는 총 여성의 31.8%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인생의 1/3 가량을 폐경 상태로 지내게 되면서, 갱년기의 건강관리가 더욱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폐경을 전후하여 호르몬 생산과 대사가 변화하게 되면서 몸에는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갱년기 장애의 주된 증상으로는 안면홍조, 상열감, 땀, 수족냉증, 심장 두근거림, 숨참 등의 혈관운동증상과 어깨결림, 두통, 요통, 관절통 등의 신경·근증상 그리고 불안, 불면, 우울, 초조와 같은 정신·신경증상이 있다. 위 증상들은 대개 급성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또한 비뇨생식기의 기능이 약해져 빈뇨, 요실금, 과민성 방광, 위축성 질염 등의 발생이 잦아지며, 피부건조, 안구건조, 질 건조와 같이 피부와 점막이 건조해지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갱년기의 만성 장애로 비만, 고지혈증, 골다공증,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이 증대되게 되어 이들 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요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들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갱년기 장애에 대해 '신허腎虛'의 범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현대어로 난소기능과 호르몬 분비의 저하로 해석된다. 이외에 간울肝鬱, 심신불교心腎不交, 심비양허心脾兩虛 등의 상태 역시 갱년기 장애의 범주에 해당한다. 갱년기 장애를 진단하기 위해 쿠퍼만 지수, MRS 등과 같은 갱년기 증상 평가 설문지를 작성하고, 경락기능검사, 체열진단검사, 맥진, 설진 등 한방 검사들을 통해 개인의 상태를 진단한다.
갱년기 장애에 대한 한의약 치료로는 침구요법, 약침, 한약, 부항, 좌훈요법 등이 있다. 침, 약침치료는 안면홍조, 두근거림, 불면증, 배뇨장애 등 각종 증상을 개선시키는 효능이 있으며, 특히 뜸치료는 혈액순환을 증가시켜 각종 냉증에 도움을 준다. 부항치료는 장부기능을 활성화 시키며 근육 뭉침과 통증을 완화시킨다. 좌훈요법은 앉아서 외음부에 약재를 끓인 김을 쐬는 것으로, 위축성 질염이나 질 건조증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이다. 갱년기 장애에 처방하는 대표적인 한약처방으로는 가미소요산, 당귀작약산, 계지복령환, 가미귀비탕 등이 있으며 여러 임상연구에서 갱년기증상을 유의하게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시켰다는 결과를 보인 바 있다.
갱년기를 건강하게 이겨내기 위한 생활습관으로는 첫째, 골다공증과 대사증후군 예방을 위한 식이요법이다. 칼슘과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 비타민, 무기질을 고루 섭취하고, 가공식품이나 붉은 살 육류, 기름진 음식, 밀가루, 인스턴트 등을 피한다. 둘째, 비만과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주 2회 이상 운동을 하시기 바란다. 관절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걷기, 근력운동, 수영, 댄스, 필라테스, 요가 등의 운동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셋째, 혼자서 불편한 증상을 감내하기 보다는 주변에 본인의 상황을 알리고 도움과 배려를 요청하도록 한다. 그룹 활동이나 모임 등을 통해 사회적인 교류를 하는 것도 좋다.
갱년기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견디면 지나가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참기보다는, 전문가의 진찰을 통해 내 상태를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