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교수
[동양일보]새해가 밝았다.
누구나 그렇듯이 저자는 올해도 여러 가지 소망을 마음에 담으며 새해를 시작했다. 그 소망중 하나는 바로 건강이다.
친구들과 SNS를 통해 이런저런 삶의 얘기를 하다가 누군가 올린 과거 학창시절의 모습을 보면서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지금의 후덕한 몸매는 언제 생기게 되었지? 5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많은 동료들과 주변 지인들이 하나둘씩 이런저런 질환을 달게 되었노라고 하소연하는 일들이 부쩍 잦아짐도 이런 원인 아닐까?
독자들은 어린 시절 통통했던 부잣집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는가? 그 집에 놀러가 본 경험, 맛있는 불고기에 과일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친구들 사이에 자랑이 되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던 비만이 이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아니러니하다.
그렇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이 말은 결코 과언이 아니다.
비만은 3대 성인병, 즉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의 주요 원인이고 심근경색, 뇌졸중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 중풍(中風)문에도 비인다중풍(肥人多中風)이라 하여 뚱뚱한 사람은 중풍에 많이 걸린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비만이 중풍과 많은 연관성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필자가 처음 병원에 근무할 당시 50대 뇌졸중 환자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지만 30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은 50대가 아닌 40대 뇌졸중 환자가 흔해진 것을 보면 비만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하지 않아도 지나치지 아니할 것이다.
비만(肥滿)은 살이 많이 쪘다는 것이고, 지방이 체내에 축적되었다는 말이다. 우리가 섭취한 에너지중 사용하고 남은 것들은 몸안에 지방으로 축적이 된다. 쉽게 표현하자면 혈액중에 지방이 많아지는 것이 이상지질혈증이요 혈관에 축적되면 동맥경화가 된다. 간에 쌓이면 지방간이 되고 내장에 쌓이면 내장비만이 된다. 특히 뇌혈관에 쌓여 혈액순환이 저하가 되면 뇌경색이 되고, 심장혈관에 쌓여 혈류를 저하시키면 바로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된다. 얼굴에 쌓이기 시작하면 얼굴이 동글하게 변하기 시작하고 복부에 쌓이면서 복부 비만이 되고 배불뚝이 체형으로 변하게 된다. 무거운 상체를 유지하기 위해 허리와 목, 무릎에 영향을 주는 것도 당연한 원리이다.
요즘 대사증후군이란 단어를 많이 접해보았을 것이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과 더불어 인슐린저항성 즉 당뇨, 이상지질혈증, 고혈압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대사장애로 심혈관질환과 혈관성 사망의 예측인자이다. 한마디로 비만환자가 여러 가지 질병을 동시에 가지게 될 때를 표현하는 것이다. 질병종합선물세트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비만의 기준은 어떠할까?
대한 비만학회는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 BMI)가 25 kg/㎡ 이상일 때 비만으로 진단한다. 복부비만은 허리둘레가 남성 90 cm (서구유럽 102 cm), 여성 85 cm (서구유럽 88 cm)를 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럼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은 어떠할까?
원리는 간단하다. 에너지 섭취를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즉 적게 먹고 많이 활동하는 것이다. 일본 가고시마현의 장수마을 노인들은 지금도 소식하고 성긴 채소종류를 먹으며 많이 걸어 다니고, 노령에도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많은 매체를 통해 다이어트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황제 다이어트니 간헐적 다이어트니 하면서 나오는 내용들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살 빼는 약물을 희망하는 환자들이 많은 편이다. 약물 처방으로 단시간에 체중감량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식이와 운동요법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요요현상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1년여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우리는 전쟁의 참담함을 간접적으로 겪게 되었다.
비만과의 전쟁. 맞다. 비만과의 전쟁은 단순히 노력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처절하다시피 자신과의 전쟁에 승리하여야 성공할 수 있다.
새해에는 날씬한 몸매와 건강한 몸을 갖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가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