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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건강칼럼] 침묵의 살인자를 공개 수배합니다

등록2023-02-01 조회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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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교수


[동양일보]얼마 전 아동 성범죄자 조0순의 출소와 택시기사, 애인을 무참히 살해한 이0영에 대한 이야기가 세간을 뜨겁게 달구었었다. 그지역 시민들은 출소를 앞두고 우리동네에 흉악한 범죄자가 오는 것을 반대한다며 단체행동을 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이사를 가기도 하며, 어떤 정의에 불타는 시민은 출소한 범죄자의 집을 찾아가 폭행하기도 했다. 그런 범죄자가 이웃으로 내 주변에 산다고 가정하면 필자도 마주칠까 두렵기도 하고 외출을 꺼리게 될 것 같은 마음이다.

그런데 나를 죽이려는 살인자가 실제 나랑 같이 살고 있다면?

바로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대한민국에 불어닥친 혹한으로 인해 고혈압 환자들이 혈압 조절이 안된다거나 뇌경색, 뇌출혈로 쓰러져서 내원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고혈압은 대한민국 사망률 4위인 뇌졸중(2000년도 이전엔 1,2위를 다툼)의 주요원인이다. 또한 심근경색, 협심증, 동맥경화증, 부정맥의 주요 원인이기도하다.

“2020년 고혈압 팩트시트” 보고에 의하면 대한민국 고혈압 환자의 추정치는 1,200만명 정도나 된다. 성인인구의 30프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중 970만명 정도만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며, 지속적으로 치료받고 있는 분들이 650만명 뿐이라는 것이다. 추정 환자치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실제 임상현장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다보면 고혈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환자분들이 꽤 많이 있다. 가족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증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혈압약을 먹기가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이유만으로 복약을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많고, 어떤 경우는 약물로 잘 조절되고 있으니 끊어야겠다는 환자분들도 많이 계신다는 것이다.

고혈압이란 무엇인가? 글자의 의미 그대로 혈압이 높다는 것이다.

혈압은 혈관 속을 흐르는 혈액의 압력을 뜻하며, 크게 심장의 박출량(일반적으로 박동수와 유사)과 말초혈관의 저항에 따라 결정이 된다. 첫째, 음주, 심한운동, 갑작스런 스트레스, 긴장을 하면 심장의 박출량과 박동수가 늘어 혈압이 오른다. 둘째, 고지혈증으로 혈관이 좁아지거나, 긴장, 흡연, 추운 날씨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되고, 말초혈관의 저항이 커짐에 따라 혈압이 오르게 된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정상혈압(2018년 제주고혈압학회)은 수축기 120 mmHg미만이고, 이완기 80 mmHg 미만일때이다. 쉽게 120/80이라 쓰고 120에 80이라 읽으면 된다. 140/90이 넘으면 운동요법, 식이요법 후 조절이 되지 않을 시 복약을 권장하고 있다.

필자의 모친 예화이다. 평생 저혈압이었던 어머니가 어느 날 부터인가 두통과 울렁거림을 호소하였다. 결과는 160/90. 두 번에 걸쳐 가족들을 체크했고 어머니 결과는 두 번 모두 동일했다. 어머니는 ‘기계가 고장난 것 같다’라는 말씀을 여러번 반복하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앞에 설명한 것처럼 많은 환자분들이 혈압이 높더라도 보통 뚜렷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무시하는 경향이 높다. 위험이 닥칠 때까지 느끼지 못하고 있기에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부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느 순간 두통(특히 기상시, 후두부)이나 어지럼, 눈충혈, 상열감, 코피, 가슴답답함, 울렁거림, 소화불량이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른 질병으로 착각하기 일쑤다. 이 증상이 반복되다가 앞에서 설명한 뇌졸중이나 협심증, 심근경색,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그럼 혈압이 높아졌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첫째,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지 않게 해야 한다. 둘째, 혈관이 수축되거나 좁아지지 않게 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판매되는 2,500여가지 혈압약도 이 두가지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혼합제재 요법은 최근의 추세이기도 하다.

꾸준한 운동과 절주, 금연, 스트레스 줄이기, 긴장 줄이기, 추운 날씨에 노출 줄이기, 채식 중심의 식단조절이면 내 안에서 침묵의 살인자는 발붙일 곳이 없게 된다.

“침묵의 살인자여, 이제 꼼짝마라.”